경기 중 집중력을 잃기 쉬운 중년 사회인야구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집중 루틴. 수비와 타격, 실수 후 상황별로 집중력을 회복하는 실전 조언을 담았습니다.
경기 중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 실수는 연속됩니다
사회인야구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실수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집중력 저하’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체력 저하, 날씨, 스트레스, 시야 분산 등 다양한 이유로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집니다. 수비 중 멍하게 있다가 타구 반응이 늦거나, 타석에서 투수가 던지기도 전에 스윙을 마음속으로 결정해버리거나, 주루 중 한눈을 팔다 아웃되는 일. 이런 상황은 실력보다 집중력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이런 실수가 한두 번 겹치면 자신감은 무너지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내려놓은 상태’로 흘러가 버리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필자 본인을 포함해 사회인야구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토대로 정립한 ‘집중력 흐트러짐의 원인’과 ‘유지 및 회복 루틴’을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집중력은 스스로 지킬 수 있습니다.
집중력 저하가 발생하는 주요 상황
- 1. 무더운 날씨와 장시간 경기: 사회인야구는 대부분 주말 낮에 치러지며, 특히 여름철에는 오전 10시부터 햇볕이 강한 상황에서 2시간 이상 경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중년 이후에는 땀 배출 후 체온 조절이 늦어지고, 심박수 회복도 더뎌집니다. 이로 인해 경기 초반엔 잘 집중하다가 4회, 5회를 지나면서 머리가 멍해지고, 타구 반응도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외야에 있을 경우 긴 시간 타구가 오지 않으면 체력보다 정신이 먼저 무너지며, 한 번의 실수가 집중력 붕괴를 가속화합니다. 수분을 자주 섭취하지 않거나, 식사 후 졸음이 오는 경우엔 집중력 저하는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 2. 실수 후 자책: 사회인야구는 실수에 관대한 편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책을 심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3루수로 나갔는데 땅볼을 놓쳤거나, 송구가 짧아 주자를 살려줬을 때, 또는 타석에서 변화구에 속아 삼진을 당했을 때,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머릿속에 실수 장면이 계속 재생되며 다음 동작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특히 중년은 자기 기대치가 높고, 팀에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가 감정적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수비 준비자세나 타석 루틴이 흐트러지고, 손발이 느려지면서 연속된 실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 3. 본인 역할이 적은 경기: 외야수로 배치됐지만 타구가 단 한 번도 오지 않거나, 9번 타순으로 배정돼서 경기 내내 타석 기회가 늦게 올 경우, 심리적으로 ‘내가 이 경기에 끼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중년은 체력뿐 아니라 ‘존재감’이 집중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멍해지거나 벤치에서 대화를 회피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바뀌기 쉽습니다. 특히 경기 초반에 아무런 기회가 없다가 갑자기 중요한 타석이나 수비가 찾아오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 4. 경기 전 루틴 없이 시작: 늦잠을 자거나 교통 체증으로 경기장에 급하게 도착하면, 워밍업도 제대로 못한 채 곧바로 경기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몸보다도 ‘두뇌’가 경기에 들어갈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특히 중년은 아드레날린 분비가 느리기 때문에 몸이 반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기 초반 1~2회에 집중하지 못하면 리듬을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립니다. 워밍업을 하지 않거나, 캐치볼 없이 타석에 들어갔다면 타이밍 맞추기 실패는 당연한 결과이며, 이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스스로 위축되고, 집중력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자의 루틴
- 1. 경기 전 리듬 만들기: 경기장 도착 후 캐치볼 전에 반드시 가벼운 계단 오르기나 제자리 점프 20회로 심박수를 올립니다. 이후 숨 고르며 시야를 넓히는 ‘하늘 보기 → 주변 보기 → 타석 보기’ 시선 정렬 루틴을 가집니다. 이 루틴은 '지금부터 경기다'라는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하며, 몸뿐 아니라 머리까지 경기 모드로 전환해줍니다.
- 2. 타석 전 30초 루틴: 타석이 다가오면 덕아웃에서 배트를 잡고 ‘허리→어깨→손끝’으로 가볍게 스윙 루틴을 반복하며, 마음속으로 “가볍게 본다”, “공만 본다”는 멘트를 되뇌입니다. 이 루틴은 몸보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과정입니다. 실제로 이 과정을 생략하고 타석에 들어갔을 때는 허둥대는 경우가 많았고, 결과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이 30초는 짧지만 가장 강력한 내적 집중 시간입니다.
- 3. 수비 중 정적 루틴: 수비 중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타자 스윙을 따라 몸 움직이기’를 합니다. 상대 타자가 스윙할 때 내 몸도 반응을 유도하며 긴장을 유지합니다. 외야일 경우 1구마다 한 발 전진 후 뒤로 복귀하는 패턴을 습관화합니다. 또, 장갑 끈을 만지작거리거나 모자를 조정하는 등의 자극 루틴을 통해 정적인 순간에도 내 몸과 뇌를 깨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특히 한여름 오후 경기에서 멍해지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4. 실수 후 회복 루틴: 수비 실수나 삼진 직후에는 무조건 벤치에 앉기보다 ‘물 한 컵 → 글러브 조정 → 캡 모자 정리’라는 행동 루틴을 반복합니다. 머리보다 손을 움직이며, 감정을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나 자신을 자책하려는 생각이 들 때일수록 더 빠르게 행동 루틴으로 전환하는 것이 감정 복구에 효과적입니다.
집중력은 감각이 아니라 훈련입니다
우리는 ‘집중력’이라는 단어를 타고나는 성향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 집중력은 훈련입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에너지 소모와 심리적 불안정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집중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흐트러집니다. 사회인야구는 실수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야구 실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집중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집중은 기록이나 승패보다 ‘내가 경기에 몰입하고 있는 상태’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으로 연결됩니다. 집중한 경기는 결과와 상관없이 오래 기억에 남고, 다음 경기를 더 기대하게 만듭니다. 당신만의 집중 루틴을 만들고, 반복하고, 익숙하게 하세요. 집중력이 꾸준한 사람은 결국, 야구를 오래하는 사람입니다.